[뉴스]

몽타주 제작에 신체부위까지 알아내는 ‘DNA’

2017-04-22(토) 09:32

관련 구성원

[Law&Life-진화하는 과학수사]대검 과학수사부 감정관들…’무학산 사건’ 세계적 사례로

DNA 분석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진화해가는 기술을 실제 범죄 수사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먼저 새로운 기술을 알아야하고 적절한 순간에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 진화하는 기술을 활용해 최전선의 범죄 현장에 적용해 범인을 찾아내는 이들이 있다.

지난해 세간을 시끄럽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일명 ‘무학산 살인사건’. 무학산 등산로에서 50대 여성이 하루 만에 숨진채 발견됐다. 목격자도 CCTV 영상도 찾지 못한 경찰은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10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동원된 경찰 인원만 8000여명, 경찰이 신원조회한 인원만 4000여명이 이른다. 6개월이 흐르도록 잡지 못한 범인은 189일만에 DNA 분석을 통해 결국 붙잡혔다.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장갑에는 범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무학산 살인사건은 올해 HIDS 국제 심포지움에서 선정한 ‘2017년 DNA 데이터베이스 일치 우수 사례’ 중 상위 10개 부분에 올랐다. 미국의 유전자분석 장비업체인 써모 피셔(Thermo Fisher)사가 매년 개최하는 이 심포지움은 유전자 분석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에 속한다. 지난 3일 열린 국제검사협회(IAP) 집행위원회 및 아·태 지역회의서 형진휘 대검 과학수사2과장이 DNA감정 과학수사 우수사례로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사례로 남게 된 이 사건에서 DNA를 찾아낸 이들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과학수사2과 DNA감정실 감정관들이다. 대부분 과학수사라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떠올리지만 대검에도 과학수사부가 있다. 2차 감정 기관인 대검 과학수사부는 다른 기관에서 분석을 마친 증거들의 최종 종착지 격이다. 증거물을 다시 한 번 살펴 혹시나 놓쳤을지 모를 증거를 찾아낸다. 이같은 꼼꼼함은 무학산 사건에서 빛을 발했다.

대검 DNA감정실에는 4명의 감정관이 있다. 박수정 DNA 감정실장은 DNA 분석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지난 1996년 입사해 지금까지 DNA 감정 업무를 하고 있다. 박 실장은 “예전에는 모든 감정 과정을 손으로 해야 했지만 지금은 많은 부분이 자동화됐다”며 “특히 DNA 양이 적어도 감식이 가능해져서 세포 하나라도 발견하면 DNA를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접수되면 감정관 세 명이 현장에 출동한다. 혼자서 현장에 갈 경우 범죄 흔적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명의 감정관이 같은 흔적을 두 번 이상 반복해서 살핀다.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는 대검 포렌식센터로 가져와 본격적인 감정을 시작한다. 증거물 하나를 놓고 두 명 이상의 감정관이 함께 흔적을 찾는다. 역시 혹시나 놓칠지 모를 무언가를 위해서다. 한 사람이라도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 분석에 들어간다. 증거물 1건을 분석하면서 수백여개의 샘플이 채취되기도 한다.

‘육절기 살인사건’ 당시 네 차례의 현장감식을 통해 천여점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분석에만 두 달이 걸렸다. 시신없는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육절기 살인사건은 살인범이 정육점에서 고기를 써는데 사용하는 육절기를 이용해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다. 시신은 결국 찾지 못했지만 육절기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면서 범인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감정의 성패는 꼼꼼함이 가른다. 20명을 연쇄살인한 유영철 사건 역시 꼼꼼함이 사건을 해결했다. 박 실장은 “유영철 집에서 발견된 망치가 증거로 왔는데 이미 여러차례 물로 씻어낸 후였다”며 “망치를 분해해 안쪽에서 씻겨지지 않은 미세한 흔적을 찾았고 거기 피해자의 DNA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은 나날이 진화하고있다. 과거에는 검출된 세포수가 적으면 DNA 검출이 안됐지만 이제는 세포 하나라도 찾아내면 DNA를 검출할 수 있다. 신원확인까지 안되는 작은 쪽지문에서도 DNA를 찾아낼 수 있다. 김세용 연구사은 “DNA를 통해 나이나 키, 머리카락이나 눈동자 색 등을 분석해 몽타주를 그릴 수도 있다”며 “미국같은 경우 이를 활용해 인종을 분류하는 등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신체 세포별 특징을 찾아내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이한철 연구사는 “후성유전학 기술을 이용하면 신체 조직마다 다른 패턴을 찾아낼 수 있고 이같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예를들어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증거에서 뇌조직이 발견됐다면 살인이 일어났다고 추정할 수 있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역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인력이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새로운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박 실장은 “과학수사가 유지 발전되기 위해서는 결국 기본을 튼튼히 하면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사와 이 연구사는 역시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익히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력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세간에 오해도 있다. 과학수사를 국내에 알린 1등 공신은 역시 미국드라마 ‘CSI’시리즈다. 이 연구사는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결과가 너무 쉽게 빨리 나온다”며 “증거물 하나를 두고 흔적을 찾는데도 서너시간씩 걸리기도 한다. 현실은 드라마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웃음지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4월 21일 (17: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몽타주 제작에 신체부위까지 알아내는 ‘DNA’ – 머니투데이 (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