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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엔진결함 은폐 의혹’, 檢 형사5부 압수수색에 담긴 함의

2019-06-28(금)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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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두 번째 압색… ‘윗선 규명’인가 ‘혐의유무 확인’ 인가
검찰 출신 변호사들 “그림 된다 싶으면 소환 조사 양상 달라질 것”   
대검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 “젊은 검사들, 기업 수사 경쟁하듯 해”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사진=시장경제신문DB

‘현대기아차 엔진 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올 들어 두 번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그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기소권에 더해 광범위한 인지수사(직접수사)권을 가진 한국 검찰의 수사는 그 목적과 방법론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특수부로 통칭되는 인지수사부서에서 하는 수사는, 경찰의 사건 송치나 고소 혹은 고발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인지수사부서는 자체적으로 입수한 제보 내지 첩보,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구 범죄정보담당관실)이나 일선 지검 수사정보과 소속 ‘범정 요원’이 발굴한 정보를 기반으로, 수사의 기획부터 종료까지 모든 걸 직접 합니다. 수사 독립성 논란을 빚는 이른바 ‘하명사건’ 역시 대부분 인지수사부서가 맡습니다.

이와 달리 일선 지검 형사부서의 수사는 대개 경찰 송치 사건, 고소·고발장이 접수된 사건을 대상으로 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범죄 유형 별로 전담부서를 지정해 수사 효율을 높이는 등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교통·환경 범죄’ 수사는 원칙적으로 형사5부 소관입니다. 이 사건이 형사5부(부장검사 형진휘)에 배당된 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수사의 시작이 다른 것처럼 목적도 방법론도 차이가 있습니다. 특수·인지수사는 ‘혐의점 자체를 찾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즉 의혹의 중심에 선 특정 대상에게 적용할 범죄 혐의를 살피고, 이를 입증하는데 필요한 증거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사부의 수사는 ‘혐의 유무 확인’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진상을 파악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 및 구속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특수수사와 구분할 수 있습니다.

◆두 차례 압색 행간 읽어야 검찰 향후 행보 판단할 수 있어

현대기아차 ‘세타Ⅱ 엔진 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압수수색 사실을 전하면서, 한국 검찰의 수사 행태를 이처럼 길게 설명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이 사건 압수수색의 행간을 잃으려면 몇 가지 전제된 사실을 다시 봐야 합니다.

첫 번째 이 사건 수사는 국토교통부의 수사의뢰 및 시민단체의 고발을 시발점으로 한다는 점. 두 번째 검찰이 사건을 배당한 뒤 약 2년이 지나서야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점, 세 번째 올해 2월20일 ‘혐의 유무 확인’을 목적으로 한 압색에 이어 약 4개월 만에 추가 압색에 나섰다는 점, 네 번째 올해 2월 압색 후 검찰이 현대기아차 전 품질경영본부장을 두 차례 비공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 등입니다.

이 사건 쟁점은 ‘현대기아차 최고경영진이 세타Ⅱ 엔진 결함을 알고도 이를 은폐해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2017년 국토부 강제리콜 명령 및 수사의뢰… 현대차 “제조 공정 문제”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세타Ⅱ 엔진에 의혹의 눈길이 쏠린 건 2017년 상반기입니다. 이 엔진의 기본형은 2007년 처음 출시됐으며 개량형은 2009년 나왔습니다. 현대기아차는 2009년 7월 이후 출시된 세단 및 SUV 일부 차량에 세타Ⅱ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세타Ⅱ 엔진이 탑재된 차량에 대해서는 주행 중 시동꺼짐, 소음, 화재 등의 민원이 제기됐습니다.

2017년 서울YMCA 자동차안전센터는 “현대기아차 경영진이 고객의 민원 및 언론보도 등을 통해 엔진 결함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의혹이 있다”며 “결함을 은폐하고 판매를 계속한 건 사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위 단체는 이런 주장을 근거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회사 경영진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같은 해 5월 국토교통부는 세타Ⅱ 엔진과 관련돼 모두 5건의 제작결함을 지적하고, 12개 차종 23만8000대의 강제리콜을 명령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회사 경영진이 결함 내용을 알고도 고의로 은폐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그해 현대차는 5개 차종 17만1000여대의 차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습니다. 회사 측은 “주행 중 시동꺼짐 등의 현상은 제조공정 상의 문제”라며 엔진의 구조적 결함 가능성을 부인했습니다.

◆1년 9개월만의 수사… 하명 정황 보이지 않아

서울중앙지검 청사.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주목할 부분은 올해 상반기 이뤄진 두 차례의 압수수색과 그 과정입니다. 먼저 국토부 수사의뢰 및 시민단체 고발 약 1년 9개월 만인 올해 2월20일 첫 번째 압색이 실시된 이면을 살펴보면, 누군가 위에서 수사를 압박했다거나 어떤 주문이 들어간 것으로 의심할만한 정황은 보이지 않습니다.

형사5부가 교통·환경범죄 전담 수사부라고 해도, 특수부서처럼 인력을 대규모로 늘려 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수사 지연’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 “검찰 소환 조사 흐름 주목해야”

압색 대상 및 장소에 대해서는 눈여겨볼 만한 점이 있습니다. 검찰의 첫 번째 압색 대상은 서울 앙재동 현대기아차 품질관리본부에 국한됐습니다. 압색에 나선 중앙지검 형사5부는 “국토교통부 수사의뢰 및 시민단체 고발과 관련해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 확보차원”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달 25일 실시된 검찰의 두 번째 압색은 본사는 품질관리본부 외에 재경본부,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차 남양연구소로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압색 범위가 확대된 사실에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 A는 “1차 압색을 통해 ‘그림’이 될만한 뭔가를 찾았을 가능성, 혐의 중 특정 부분에 대한 확인이 부족해서 다시 나섰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며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밝혔습니다. 

A변호사는 “그림이 될 만한 무언가를 찾았다면 앞으로 검찰의 대상자 소환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 ‘혐의유무 확인’ 수사?… ‘윗선 규명’ 가능성 배제 못해

향후 수사가 일반적인 특수수사와 같이 ‘윗선’을 캐는 방향으로 흐를지, 아니면 ‘혐의 유무’를 확인하는 쪽으로 나갈지는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

대구지검 특수부장을 지낸 형진휘 부장이, ‘전공’인 특수수사 경험을 살려 ‘윗선’ 규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전주 상산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형진휘 부장은 2015년 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대구지검 특수부장을 지냈습니다. 서울로 올라온 형 부장은 대검찰청 과학수사 2과장을 거쳐 2017년 8월 대검 감찰2과장에 임명됐습니다.

검사장 출신인 B변호사는 “특수2부의 삼성 수사나 특수3부 황창규 KT 회장 수사와 달리 현대차 엔진 결함 수사가 언론의 주목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지만, 검찰이 수사 방향을 ‘윗선 규명’으로 튼다면 언제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검 최고위 간부 출신 C변호사는 “젊은 검사들이 경쟁하듯 기업 수사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 사건은 원래대로 ‘혐의 유무 확인’에 맞춰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수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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