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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조정안 중 형사소송법 제312조 개정안에 관한 소고

2019-11-28(목)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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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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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 원내대표단은 2019. 4. 22. ‘검경 수사권의 조정은 그간 사개특위 4당 위원들 간에 합의사항을 기초로 법안을 마련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한다. 단,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는 제한하는 것으로 변경하되 법원 등의 의견 수렴 과정 거쳐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합의를 하였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이하 ‘법’이라고 하고 형사소송규칙은 ‘규칙’이라 한다) 제312조를 포함한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법 제312조 개정안에 대하여 다양한 찬반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데, 먼저 현행법 제312조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법 제312조 제1항에서 검사 작성 피신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요건으로 규정한 실질적 진정성립, 즉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라는 요건과 피고인이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경우 그 증명 방법으로 규정한 ‘영상녹화물이나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대한 해석과 적용은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규율하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 글에서는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관해 살펴보고 이 요건이 현행법과 개정안 사이에 완충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2.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

가. 법 제312조의 입법 연혁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되어야 하고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 등이 인정되어야 한다(법312①).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조서의 서명·날인의 진정성을 의미하고,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형식적 진정성립을 의미하며 나아가 법 제243조(피의자신문과 참여자), 제243조의2(변호인의 참여 등), 제244조(피의자신문조서 작성), 제244조의4(수사과정의 기록) 등 조서 작성의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을 의미한다. 실질적 진정성립은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종래 대법원은 검사 작성 피신조서에 대하여 간인과 서명·무인이 진정하다면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보았다(84도748 등). 2004년 전합 판결에서 ‘검사 작성 피신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하여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하여 과거의 추정 판례를 폐기하였다(2002도537 전합 판결). 이에 따라 2007. 6. 1. 법 개정으로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경우 이를 증명하는 방법으로 영상녹화물 규정이 신설되었다.   

나. 영상녹화물

피의자 진술을 영상녹화할 경우 미리 영상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하고,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녹화하여야 한다. 영상녹화가 완료된 때에는 원본을 봉인하고 피의자로 하여금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하고 피의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 영상녹화물을 재생하여 시청하게 하여야 한다(법244조의2). 영상녹화물은 조사가 행해지는 동안 조사실 전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녹화된 것으로 진술자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재생 화면에는 녹화 당시의 날짜와 시간이 실시간으로 표시되어야 한다. 영상녹화물에는 피의자 신문이 녹화되고 있다는 취지 고지, 시작하고 마친 시각 및 장소 고지, 검사와 참여자의 성명과 직급 고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규칙134조의2). 영상녹화 업무처리 지침(대검예규759호)에서 절차와 요건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영상녹화의 과정, 방식 및 절차를 갖추지 못한 영상녹화물은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영상녹화물은 그 자체로 영상녹화매체(규칙134조의8)에 해당하는데 조서와 별도로 독립된 증거방법이 될 수 있는가? 영상녹화물은 다른 법률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탄핵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2012도5041). 기억 환기용으로만 허용된다(법318조의2②). 다만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에는 영상녹화물을 독립적인 증거방법으로 보는 별도 규정이 있다. 

최근 5년간 전국검찰청의 영상녹화 평균 실시율은 14.4%이고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5년간 영상녹화 실시율이 3.9%에 불과하다(2019.10.1. 연합뉴스).

다.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

법 제312조 제2항은 영상녹화물과 더불어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해서도 실질적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두고 있다.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은 영상녹화물에 준할 정도로 피고인의 진술을 과학적·기계적·객관적으로 재현해 낼 수 있는 방법만을 의미한다. 조사관 또는 조사 과정에 참여한 통역인 등의 증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2015도16586). 구치소 접견녹취록의 기재(2015도14161), 피의자신문 종료 후 조서내용을 읽어주는 과정을 녹화한 영상녹화물(부산고등 창원부 2016노333)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진술을 몰래 녹음하거나 우연히 녹음된 녹음파일,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의 증언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현재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으로 상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본다. 결국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는 방법은 영상녹화물이 유일하다.

라.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경우 증거조사

검사 작성 피신조서에 대한 증거의견은 ‘적법성·실질성립·임의성’을 ‘○ ×’로 표시한다(형사공판조서 중 증거조사부분의 목록화에 관한 예규 3조).

실질적 진정성립의 인정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한 명시적인 진술에 의하여야 하고, 단지 피고인이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하여 이의하지 않았다거나 조서작성 절차와 방식의 적법성을 인정하였다는 것만으로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른바 ‘입증취지 부인‘이라고 진술한 것만으로 이를 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가볍게 단정해서도 안된다(2011도8325).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증거의견을 밝힌 이상, 피고인신문이나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언과정에서 그 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더라도 이로써 그 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종전의 진술을 번복하는 것임이 분명하게 확인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진정성립이 인정되었다고 할 수 없다(2008도2826).

검사 작성 피신조서 일부에 대하여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경우 피고인은 부인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규칙134③). 일반적으로 조서의 쪽수, 행으로 특정한다. 영상녹화물이 없다면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방법이 없으므로 특정한 부분은 증거능력이 없다. 법원은 피신조서 중 특정부분을 삭제하거나 가린 상태로 제출케 하는 것이 타당하다.

검사 작성 피신조서 전체에 대하여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할 수 있다. 규칙 제134조 제3항이 피고인으로 하여금 검사 작성 피신조서 전체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것을 막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재판장은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부분을 특정하도록 소송지휘할 필요도 없다. 피고인은 피신조서 전체에 대해 ‘실질성립 부인’하는 증거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충분하다. 굳이 증거의견을 덧붙이자면 ‘전체적인 진술의 취지상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정도의 의견으로도 충분하다. 영상녹화물이 없다면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방법이 없으므로 피신조서 전체가 증거능력이 없고, 법원은 피신조서를 증거로 제출받으면 안된다(규칙134④). 검사 작성 피신조서 전체에 대해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고 영상녹화물이 없다면, 사법경찰관 작성 피신조서에 대해 ‘내용 부인’함으로써 증거능력을 배척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기 위해 영상녹화물을 조사하는 경우, 영상녹화물에서 확인된 진술 내용과 조서에 기재된 내용이 어느 정도 일치하여야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여기서 기재 내용이 동일하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진술한 내용이 그 진술대로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뿐 아니라 진술하지 아니한 내용이 진술한 것처럼 기재되어 있지 아니할 것을 포함하는 의미이다(2011도8325). 그러면 녹취록 수준의 동일성을 요구하는가? 예를 들어 구어체의 장황한 진술을 문어체로 요약 기재한 경우, 전후 경위에 대한 진술을 생략하고 요건사실에 해당하는 진술만 기재한 경우, 변소 부분 진술을 누락한 경우, 부인하다 자백하였는데 부인진술은 생략하고 자백진술만 기재한 경우, 질문에 대해 ‘예’라고 답했는데 질문한 내용을 답변처럼 기재한 경우, 여러 날 불러 조사를 하고 마지막 날에만 영상녹화 및 조서를 작성한 경우에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조서 일부의 동일성 흠결을 이유로 조서 전체의 증거능력을 배척할 수 있는가? 실무상 동일성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나 학술적으로 논증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실무례의 축적을 통해서 판단 기준을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인데, 진술이 가감 없이 왜곡되지 않게 기재되어야 하고 진술자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3. 형사소송법 제312조 개정안

법 제312조 제1항 및 제2항을 각각 삭제하고, 같은 조 제3항 중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로 하는 법 개정안이 2019. 4. 30. 발의되었다(의안번호 2020088). 요컨대 검사 작성 피신조서에 대해 사법경찰관 작성 피신조서와 동일하게 ‘내용 부인’함으로써 증거능력을 배척할 수 있게 하고 실질적 진정성립 요건이나 이를 증명하는 방법으로서 영상녹화물 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국회의장은 검경 수사권조정법안을 2019. 12. 3. 본회의에 부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언론이 전하는 내용을 보자.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와 재판 현실을 모르는 탁상안이다. 공판이 지나치게 길어져 오히려 피고인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격앙된 반응이다. 검찰도 반대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법원에서 더 우려를 표시하는 반응도 있다. 이 조항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법원에 증거 폭탄이 쏟아져 형사재판이 길어지게 된다. 재판부로서는 증인을 모두 불러 진술을 듣는 것이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판사 수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반면 조서에 의한 재판에서 증거와 증인에 의한 재판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것 자체는 공판중심주의에 부합하는 일이라는 반응도 있다. 대검찰청은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신조서와 달리 검사 작성의 피신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한 것은 인권옹호기관인 검사의 지위와 객관의무를 고려한 조치라며 현행 방식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정안에 찬성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법관과 같이 제3자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의자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인권보호 관점에서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국회에 낸 답변서에서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회의 입법 문제라며 현재도 재판 실무가 공판중심주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어 개정안에 의하더라도 실무상 형사 재판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개정안에 대한 찬반 논의에서 현행법상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해석과 적용에 대한 검토가 결여되어 있거나 매우 미흡하다. 단적인 예로 언론이 전하는 반응 하나를 본다.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실제로 법정에서 피신조서를 제시하면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하는 피고인들도 많은데 아니라고 할 만한 증거가 없어서 그냥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피신조서는 말 그대로 요약이다. 요약은 요약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마음만 먹으면 수사 당시 부인한 혐의도 자백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오죽하면 ‘조서를 꾸민다’고 표현하겠느냐”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그렇게 말한 적 없다’라고 하면 변호인으로서는 이를 증명할 증거를 찾을 것이 아니라 단지 검사 작성 피신조서에 대한 증거의견으로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검사가 영상녹화물로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해야 한다. 영상녹화물이 없다면 증거능력이 부정되어 피신조서는 법원에 제출할 수 없다. 영상녹화 실시율은 14.4%이고 서울중앙지검은 3.9%에 불과하다. 영상녹화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영상녹화물 자체의 적법요건을 갖추고 나아가 영상녹화물로 확인된 진술 내용과 조서에 기재된 내용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비로소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위 요건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비율은 14.4%에서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비율의 문제가 아니라 검사가 우월한 지위에서 피의자를 수사대상으로 삼아 조서를 작성하고 법정 진술이 아닌 조서로 재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러한 지적에 동의하지만 이 글의 서술 범위를 벗어난다.

재판 실무 경험에 비추어 보면, 변호인을 포함한 재판 당사자들이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아쉬울 때가 많다.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하면 현행법 제312조 제1, 2항과 그 개정안 사이의 간극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현행법 존치를 바라는 검찰의 논거가 될 수도 있고,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원에 증거 폭탄이 떨어질 거라는 생각이 기우에 지나지 않고 실무상 형사 재판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대법원 입장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될 수도 있다.

4. 맺음말

대법원이 종래 추정 판례를 폐기하고 실질적 진정성립을 소환하였다. 이에 따라 법 제312조가 전문 개정되고 영상녹화물 규정이 신설되었다. 그럼에도 재판 실무에서는 여전히 사법경찰관 작성 피신조서는 ‘내용 부인’하여 증거능력을 배척할 수 있으나 검사 작성 피신조서는 그러한 방법이 없다는 인식이 널리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검경 수사권조정법안 중 법 제312조 개정안도 이러한 이분법적인 인식에서 출발하였고 개정안에 대한 찬반 논의도 이러한 인식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이 글을 정리하였다. 형사재판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것이 법 제312조의 해석 적용이다. 법 제312조에서 규정한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용현 부장판사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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