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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현 변호사 인터뷰

2022-04-05(화)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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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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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법조인의 조언

Q. 회보의 인기 코너인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히 변호사님의 약력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법연수원 14기로 1988년 3월에 임관하여 32년간 판사로 재직하다가 2020년 2월 퇴직하였습니다. 대구지방법원장, 대전고등법원장으로 근무할 때 외에는 계속 재판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초임지는 서울남부지원(지금은 지방법원이지만 그 당시는 지원이었습니다)입니다. 여러 법원에서 근무했지만 대법원 재판연구관 3년, 서울행정법원 2년 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오래 근무한 법원은 서울고등법원(배석판사로 2년, 부장판사로 8년)인데, 서울고등 재판은 하나하나가 다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Q. 법조인의 삶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적성이 이과보다는 문과 쪽이고, 법이나 규범을 공부하는 것에 약간 더 흥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판사가 될 때까지도 판사의 업무가 어떤 것인지 개략적으로 알았을 뿐 판사의 삶이 어떤 것인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지내놓고 보니 외길이었던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 인생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Q. 법원에서 30년 넘게 재직하셨는데요, 판사로서의 지난 삶을 회고하신다면 어떠신지요?

 판사가 되고서도 첫 몇 년 동안은 맡은 업무를 제때 해내는 데 급급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때부턴가 선배, 동료들이 재판하는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어떤 판사인가?’라고 스스로 질문하게 되고, 재판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을 구체적으로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늘 힘에 부쳤지만 스스로 수긍할 수 있는 재판을 하려고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퇴직 당시, 퇴직 인사말에서 ‘제가 재판을 한 것이 이 세상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저로서는 그 어떤 자신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재판은 제게 제 삶을 가능케 한 꿈이었고, 제 삶을 규정한 현실이었다’고 했는데,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 대략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슨 자부심을 가질 수는 없지만, 애는 쓴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제 퇴직 소식이 알려지자 몇몇 친구들이 전화해서 ‘고생했다’라고 말해 주었는데, 그 말이 참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Q. 법원에 계실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사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사건은 아쉬운 점이 많았던 사건들입니다. 지금 재판하면 어떻게 했을까 가끔씩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특별히 애를 써서 한 재판도 기억에 남고 그중에는 언젠가 글로 써 보려고 하는 재판도 있는데, 언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Q. 변호사님은 2020년 대전고등법원 법원장에서 퇴직하신 후 법무법인(유한) 클라스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계시지요. 변호사로서의 삶은 어떠신지요?

 변호사가 된 지 아직 2년밖에 되지 않아 삶을 논할 처지는 아닌 것 같고, 또 생활도 아주 바뀌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대법원 재판연구관 할 때처럼 서면을 작성하는 일이 일상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변호사 생활도 긴장된 생활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타율에서는 벗어날 수 있어서 자유가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세상이 아주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 우연한 기회에 초등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자주는 아니지만 그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세상 시름을 잊게 되기도 합니다.

Q. 법원을 나와 재야에서 바라본 법원과, 법원 안에서 알던 모습 사이에 다른 점이 있었다면, 어떤 부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퇴직한 지 2년이 되긴 했지만, 판사로서의 의식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 그런지, 밖에서 보는 법원의 모습이 제가 알던 법원의 모습과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법원에 대하여,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예전에는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하고, 아주 단정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도 뵌 적이 있지만 저 자신은 그럴까 하는 생각이 남아 있습니다. 가끔씩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보다 보면 재판 준비를 잘 해서 재판을 밀도 있게 진행하는 재판장도 보게 되는데, ‘아, 저분은 벌써 저렇게 재판하는 경지에 올랐구나’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물론 법원도 전반적으로 보면 새로운 활력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어느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이 “경쟁에는 어느 정도 낭비가 따르지만 모든 인간 활동에는 경쟁을 피할 수 없고, 경쟁에는 낭비를 넘어서는 보상이 있다”라고 했다는데, 여기서 말하는 경쟁의 의미가 어떤 의미인가는 따로 생각해 보아야 하겠지만, 모든 인간 활동에서 경쟁은 필수적이고 재판과 같은 지적 생산에서도 어느 정도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Q. 법률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경구나 명제가 있으신지요?

 예전에 학교에서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라는 말로 배웠던 것 같고, 자크 데리다라는 철학자가 말한 “정의는 일상에서는 절대로 완전히 실현되지는 않지만 모든 법적인 관찰을 특징짓는 해체할 수 없는 무엇이다. 정의는 우리에게 손짓하며 때때로 우리 손에 잡힐 듯하지만 결국에는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의를 법체계에 구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아서 메모를 해 두기도 했는데, 어떻든 법률가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성찰 대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의는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바라는 것 자체가 법률가에게는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변호사님이 생각하는 좋은 변호사란 어떤 변호사일까요?

 기본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고 공감할 줄 아는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이겠지요. 어딘가 보니 변호사는 ‘도마뱀의 혀와 상인의 두뇌, 개의 후각과 표범의 사냥 속도, 악어의 눈물이 합쳐진 존재’라는 냉소적인 말도 있던데, 변호사가 하는 일이 때로는 사람을 그렇게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인 김병로 평전에, “내가 생각하기를 변호사라는 직무가 자기의 생활직업으로만 하지 않으면 인권옹호와 사회정의에 실로 위대한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라고 하신 부분이 나오는데, 변호사의 일이 생활직업을 넘어서면 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일을 하게 된다는 뜻으로 읽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변호사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의를 지향하는 일일 텐데 언제나 쉽지만은 않겠지요.

Q. 법조인이 아닌 인간 조해현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그리고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과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한 마디로 평범한 사람입니다. 가족을 돌보고, 오래 공직 생활을 하다가 퇴직하여 변호사 일을 하고, 늘 실수하고 실패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 잘하려고 노력하며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곁의 사람을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하는데, 아직도 낯을 가리는지, 사람과 가까워지는 데 영 시간이 오래 걸려 저도 많이 불편합니다. 어디선가 ‘처음엔 담담하다 뒤에는 친하게, 먼저는 멀리하다 끝에는 가까워지는 것이 벗을 사귀는 도리’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고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계획하던 일을 마칠 때, 아내에게 칭찬받을 때 행복한 것 같고, 성당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 봉사할 때도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 와서는 아주 가끔씩이지만 의뢰인이 고맙다는 말을 전해 오실 때도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등반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산에 자주 가려고 합니다. 산에 다녀오면 같은 일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운동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골프도 좀 자주 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하면 할수록 어려워서 아직은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든 나이들수록 머리보다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선배법조인으로서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법은 순수한 물적 영역에서는 산문이 되지만, 인격 영역, 즉 인격의 주장을 목적으로 하는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는 시(詩)가 된다’고 합니다. 변호사로서 업무를 계속하게 된다면 이와 같은 시에 속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경우는 그냥 꿈에 그칠 공산도 클 것 같습니다. 일생을 통해 이와 같은 시를 추구해 온 변호사님들도 계시는 것 같아 존경스럽습니다.

Q. 마지막으로 후배변호사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토크빌은 “누군가 나에게 미국의 귀족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미국의 귀족은 특별한 유대관계 없는 부유층이 아니라 변호사와 법관 같은 법조인이라고 말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변호사와 법관이 특권층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공의와 공동선을 실천해야 할 책임이 가장 큰 계층이라고 한 것이라면 우리에게도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에서도 미카 예언서에서 “사람아, 무엇이 착한 일이고 주님께서 너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그분께서 너에게 이미 말씀하셨다. 공정을 실천하고 신의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느님과 함께 걷는 것이 아니냐?”라고 한 부분이 있는데, 생활직업으로서의 변호사 일을 하는 중에도 늘 공정과 신의를 잊지 않는 겸손하고 좋은 변호사로, 뜻이 맞는 분들과 함께 오랫동안 일해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보 : 정희선 본보 편집위원

조해현 변호사 인터뷰 – 서울지방변호사회 회보 (seoul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