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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풍향계] ‘디지털포렌식’으로 인생 2막 승부 건 전직 검사들

2022-10-17(월)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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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진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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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렌식, 단순 ‘자료 복구’에서 ‘기업 경영 리스크 해소’로
추출 자료 해석… 법률적 위험요소 찾아내
檢 시절 쌓은 특수·과학 수사 경험 적극 살려

검찰에서 20년 이상 몸 담았던 인사들이 퇴직 후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이하 포렌식)’으로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디지털포렌식 분야가 최근 로펌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수사를 통해 축적한 포렌식 관련 경험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셈이다. 포렌식 경험은 단순 ‘자료 복구’ 차원을 넘어 기업의 내부 감사나 인수합병(M&A) 등 경영 과정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포렌식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 해석’이라고 입을 모은다. 포렌식 장비를 다루고 삭제된 내용을 복구하는 것은 꼭 전문가가 아니어도 할 수 있지만, 복구된 자료들을 해석해 새로운 법률적 위험요소를 찾아내거나 그에 대응하는 건 법률가들의 고유 영역이다.

최근에는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들이 기업의 사전 예방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부서의 PC나 노트북 등을 포렌식해 다른 회사의 기술이 자사 내 유입돼 있는지, 실무자들의 비위 여부 등을 자체적으로 점검해 위험요소를 줄이는 식이다. 포렌식을 통한 자료 확보·해석에 경험이 풍부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차원으로 활용해 ‘윤리경영’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첨단수사·포렌식 경험 살린다”… 팔 걷고 나선 전직 고검장들

최근 법무법인 로백스에 합류한 김후곤(사법연수원 25기) 전 서울고검장은 ‘특수통(특수수사 전문가)’으로 알려졌지만, 기술유출이나 개인정보보호, 해외 방위산업 유출 사건에서도 전문가로 통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수석검사 시절인 2006년, 대기업 연구원이 ‘블루투스 초슬림폰’ 등의 회로도·배치도 파일을 카자흐스탄으로 빼돌리려는 것을 적발해 구속 기소했고, 방송통신위원회 파견 근무 경력도 있다.

김 전 고검장은 평소 “검찰도 기술 변화에 따라가야 한다”며 관련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공지능(AI)이나 정보처리, 블록체인 등을 산업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관련 범죄를 처벌할 때 더 수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고검장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 등이 그 아이디어를 잘 실현할 수 있도록 법률적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클라스의 형사팀도 ‘포렌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과 서울고검장 등을 역임한 김영대(22기) 변호사가 이끄는 팀에는 대검 과학수사2과장을 지낸 형진휘(29기) 변호사와 디지털 수사과장을 지낸 신승우(34기) 변호사가 있다. 형사팀은 과학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재개발 조합의 투표조작 사건과 여러 기술유출 사건에서 승소를 이끌어냈다. 포렌식을 통해 조사자 입장에서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였는지 파악한 것이 주효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을 떠나면서 국가공인 2급 자격증을 발급하는 한국포렌식학회 회장이 됐다. 그는 ‘이디스커버리(e-discovery·전자증거개시)’ 제도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클라스 소속으로 이디스커버리 툴(정보 추출 프로그램) 프로그램을 소유한 최승재(29기) 변호사와 함께 국내에 관련 제도 도입을 위해 힘쓰고 있다.

◇대형 로펌들, 검찰 출신 ‘포렌식 전문가’ 앞세워 승부

대형 로펌들은 포렌식을 ‘윤리경영’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2019년 9월 디지털포렌식센터(센터)를 열며 수천만원대 고가의 장비와 다수 인력을 충원한 법무법인 화우는 포렌식을 통해 다수의 기업 자문을 진행한 바 있다. 포렌식을 통해 M&A 과정에서 인수기업의 리스크를 확인하거나 회계 분야에서 조사·정산에 활용하면서 성과를 낸 것이다.

서영민(25기) 화우 디지털포렌식센터장은 “압수수색 등에 대비해 검찰이 확보한 자료를 자체 포렌식으로 확인하는 것은 포렌식의 전통적 역할”이라며 “이제는 기업 윤리경영 차원에서 진행되는 경영상 리스크 해소를 위한 포렌식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했다. 서 센터장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소속으로 디지털포렌식센터를 중앙지검 내에 만든 인물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문무일 전 검찰총장을 대표변호사로 영입했다. 문재인 정부 첫 검찰총장을 지낸 그는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DFC) 설립에 관여한 과학수사 전문가다. 특수수사 사건을 비롯한 형사사건 송무·자문은 물론, 포렌식 업무 전반의 대응력이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일찌감치 포렌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변호사업계에선 처음으로 100명이 넘는 전문가로 구성한 전담팀을 꾸려 2007년부터 자문을 제공해왔다.

2016년 포렌식팀을 구성한 법무법인 광장은 방대한 데이터를 단기간에 분석하는 장비를 도입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디지털포렌식 부서를 ENI(E-discovery&Investigation)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검찰에서 초대 사이버범죄수사단장을 역임한 정수봉(25기) 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로펌풍향계] ‘디지털포렌식’으로 인생 2막 승부 건 전직 검사들 – 조선비즈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