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형사재판에서 변호인 요청에도 피고인신문 불허 위법”

[대법] “변호인의 본질적 권리 침해”

항소심 재판에서 변호인이 피고인을 신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재판장이 변론요지서로 제출하라면서 불허하고 피고인신문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채 변론을 종결해 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12월 24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10778)에서 이같이 판시,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클라스가 항소심부터 A씨를 변호했다.

자동차 부품 업체의 회장인 A씨는 2012년 10월 초순경 업무회의를 주재하며 사전결산 내역을 보고받은 뒤, 대표이사와 재무이사에게 “올해 손익이 어떻게 예측되느냐, 자금 및 은행 대출금 관련하여 회사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적당히 이익이 나도록 회계 처리를 해라”고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의 지시에 따라 이 회사 대표이사는 2012, 2013년 재무제표를 작성함에 있어, 제품을 생산하면서 발생한 외주가공경비 150억여원을 ‘비용’으로 계상하여야 함에도 유형자산 중 ‘기계장치 당기증가분’으로 허위 계상한 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자 항소했으나 항소가 기각되자 항소심 절차 위반을 문제삼으며 상고했다. A씨의 변호인은 2020년 6월 17일 항소심 제2회 공판기일에 증거조사가 종료되자 재판장에게 피고인신문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나, 재판장은 피고인신문을 불허하고 변호인에게 주장할 내용을 변론요지서로 제출할 것을 명하면서 변론을 종결하고 7월 15일 제3회 공판기일에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형사소송법 제370조, 제296조의2 제1항 본문은 ‘검사 또는 변호인은 증거조사 종료 후에 순차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변호인의 피고인신문권은 변호인의 소송법상 권리”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장은 검사 또는 변호인이 항소심에서 피고인신문을 실시하는 경우 제1심의 피고인신문과 중복되거나 항소이유의 당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 없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그 신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한할 수 있으나(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6 제2항) 변호인의 본질적 권리를 해할 수는 없다(형사소송법 제370조, 제299조 참조)”고 지적하고, “따라서 재판장은 변호인이 피고인을 신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피고인을 신문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하고, 변호인이 피고인을 신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변호인에게 일체의 피고인신문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변호인의 피고인신문권에 관한 본질적 권리를 해하는 것으로서 소송절차의 법령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변호인이 피고인을 신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신문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채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소송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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