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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기업 이해·사용법

2018-06-22(금)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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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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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본질과 현실에 대한 진단과 인식의 괴리가 너무 크다. 간극을 메우기가 불가능한 것 같다. 일부는, 경제력은 소수 대기업집단으로 집중되었고, 재벌 총수는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장했으며, 대기업의 갑질로 중소기업의 성장 기반이 약화되었다고 확신한다. 심지어 기업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평가를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경제지들의 무리한 주장’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반면 ‘국부의 원천은 기업이며 그런 점에서 기업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립적 시각이 정치적 입장과 결부되면 화해가 불가능한 극단의 외침으로 변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컬럼비아대 총장이던 니컬러스 버틀러는 1911년 뉴욕 상공회의소 초대로 ‘정치와 기업’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유한책임기업은 근대사회에서 가장 위대한 단일의 발명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한책임기업(이하 기업)은 증기나 전기보다 훨씬 더 중요한 발명이라고 했다. 그 근거로 기업의 사회적·윤리적·산업적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런데 버틀러는 정치적 측면에서 평가의 시각을 달리했다. 장기적으로, 기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돼야만 정치적 영향 측면에서도 기업은 인류 최고 발명품이 된다고 했다. 정치가 기업을 제대로 평가·대우하지 않는 것은 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기업 사용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는 의미다.

일부 대주주들이 편법 승계로 국민의 반감을 키운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의 갑질 행위가 중소기업의 성장 기반을 약화시킨 것도 전적으로 부인할 수 없다. 이를 시정하고 바로잡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업을 ‘국민의 적’으로 프레임화해서는 안 된다. 기업을 이해하고 기업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실행하는 한도 내에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살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제도적 토대는 마련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회초리만 휘두르면 대한민국 최고의 자산인 ‘뛰어난 국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역사적으로 기업은 정치의 아들로 탄생했고 정부·정치를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정치가 기업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면 경제는 망가진다. 망가진 경제는 정치를 망가뜨린다. 정치와 기업의 화해 그리고 모두의 승리를 위해 ‘기업 이해·사용법’이라도 제정해야 할 판이다.

[남영찬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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